
명함보다 값진 이름, 농부로 다시 시작한 인생
20년 동안 언론 현장을 누비며 기자로 활동하고 대학 강단에서 후학을 양성했던 남동희 시아네농원 대표는 2023년 5월 새로운 삶을 선택했다. 안정된 직업과 사회적 지위를 뒤로한 채 경북 문경시 영순면 의곡리의 농지로 삶의 터전을 옮겼다. 많은 사람이 무모한 도전이라고 바라봤지만 그의 선택은 단순한 귀농이 아니라 새로운 가치에 대한 도전이었다.
남동희 대표는 약 2천 평 규모의 농지를 직접 개간해 샤인머스캣을 식재했고, 약 1만 평 규모의 산지에는 산두릅을 심으며 본격적인 농업 경영에 나섰다. 그는 농업을 감에 의존하는 산업이 아니라 데이터와 기술, 경험이 결합된 전문 산업으로 접근했다.
철저한 분석으로 시작한 농업, 최고 농가에서 답을 찾다
귀농을 결정한 이후 가장 먼저 진행한 일은 작목 선정이었다. 노동 투입 대비 생산성, 시장가격의 안정성, 소비자 수요, 면적당 수익성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한 끝에 포도와 산두릅, 사과대추, 고추를 핵심 작목으로 선정했다. 이후 전국의 우수 농가를 직접 찾아다니며 현장 기술을 익혔다. 김천 지역의 샤인머스캣 재배 농가에서는 한 달 동안 함께 작업하며 재배 과정을 배우고, 제천에서는 단마디 촉성 두릅 재배기술을 익혔다. 이어 상주 지역에서는 고추를 고품질로 생산하는 재배기술을 습득하는 등 현장에서 축적된 경험을 자신의 농장에 적용했다. 남 대표는 농사는 책만으로 배울 수 없으며 현장의 경험과 검증된 기술을 배우는 과정이 무엇보다 중요했다고 말했다.
친환경 미생물 농법으로 품질 경쟁력 높여
기존 재배기술에 더해 남 대표가 집중한 분야는 토양 미생물을 활용한 친환경 재배였다. 그는 고초균으로 알려진 바실러스 계열의 유용 미생물을 직접 배양해 토양과 잎에 지속적으로 활용하는 재배 방식을 도입했다. 이 같은 관리 방법은 토양 환경을 안정적으로 유지하고 작물 생육을 체계적으로 관리하는 데 활용됐다. 남 대표는 토양 관리와 생육 관리가 병행되면서 품질 향상에 도움이 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화학적 관리보다 토양 환경을 건강하게 유지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경쟁력을 높이는 길이라고 판단했고, 이러한 원칙을 농장 운영 전반에 적용하고 있다.

예상치 못한 자연재해와 병해충을 넘어서다
귀농 첫해에는 기록적인 집중호우로 포도밭 상당 부분이 침수되는 피해를 입었다. 윗논 둑이 무너지면서 농지가 흙탕물에 잠겼고 어린 포도나무의 생육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받았다. 복구 작업을 마친 뒤에도 또 다른 시련이 이어졌다. 재배 3년 차에는 애털나방 발생으로 방제에 어려움을 겪었다. 적절한 관리가 이뤄지지 않으면 생산량과 품질 모두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상황이었다.
남동희 대표는 친환경 방제와 지속적인 생육 관리를 병행하며 피해를 최소화하는 데 집중했다. 반복되는 관리와 관찰을 통해 포도나무의 생육을 회복했고, 첫 본격적인 수확을 안정적으로 마무리할 수 있었다.
품질로 인정받으며 해외 시장까지 진출
수확한 샤인머스캣은 외서농협 수출공선회를 통해 캐나다와 홍콩, 대만 등 해외 시장으로 수출됐다. 일부 물량은 수출용으로 공급됐으며 나머지는 온라인 직거래를 통해 소비자에게 판매됐다. 해외 시장 진출은 단기간의 성과보다 품질 경쟁력을 인정받았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안정적인 재배기술과 꾸준한 품질 관리가 해외 바이어와 소비자의 선택으로 이어졌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남 대표는 앞으로도 품질 관리 기준을 더욱 높여 국내 소비자는 물론 해외 시장에서도 경쟁력을 갖춘 농산물을 생산하겠다는 계획이다.
브랜드에 담긴 가족의 이야기
시아네농원의 샤인머스캣은 '마누라 잔소리 듣고도 잘 자란 포도'라는 독특한 이름으로 판매되고 있다. 이 이름에는 가족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농장 운영 과정에서 아내는 재배와 관리 전반을 함께하며 가장 가까운 조언자 역할을 맡았다. 또한 90세가 넘은 어머니를 함께 돌보며 농장을 운영한 가족의 시간도 브랜드의 한 부분이 됐다.
남동희 대표는 좋은 농산물은 혼자 만드는 것이 아니라 가족이 함께 만들어 가는 결과라고 말한다. 이러한 진정성이 소비자와의 소통에도 긍정적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농사는 절반이 공부, 절반이 실천
남동희 대표는 현재도 하루 일과를 농장 관리와 공부로 나누어 운영하고 있다. 재배기술과 토양 관리, 미생물 활용법 등 새로운 정보를 꾸준히 연구하며 농장 운영에 적용하고 있다. 그는 농업 역시 끊임없이 배우고 변화해야 하는 전문 분야라며 경험과 기술, 데이터를 함께 축적해야 지속 가능한 경쟁력을 만들 수 있다고 강조했다.
농업의 전문성과 지속 가능한 친환경 재배의 중요성을 보여주는 사례로 활용될 수 있다. 또한 귀농을 준비하는 예비 농업인에게 체계적인 기술 습득과 품질 중심 경영의 필요성을 제시하는 사례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남동희 대표의 도전은 화려한 경력을 내려놓은 선택보다 새로운 전문성을 만들어낸 과정에 의미가 있다. 검증된 재배기술과 꾸준한 연구, 그리고 가족의 협력이 더해진 시아네농원의 사례는 농업 역시 끊임없는 배움과 실천이 경쟁력을 만든다는 사실을 보여주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