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광진구 구의동과 성북구 성북동의 노후 저층주거지가 모아타운·모아주택 사업을 통해 새롭게 정비된다.
이번 사업의 총 공급규모는 643세대다. 숫자만 보면 대규모 재개발·재건축 사업과 비교해 크지 않아 보일 수 있지만, 사업 대상지가 학교 주변의 노후 저층주거지와 자연경관지구 내 구릉지라는 점을 고려하면 의미가 다르다.
서울시는 지난 8월 27일 열린 제10차 소규모주택정비 통합심의 소위원회에서 광진구 구의동 587-58번지 일대 모아타운 관리계획안과 성북구 성북동 300-5번지 일대 모아주택 사업시행계획안을 각각 수정가결 및 조건부가결했다고 밝혔다.
두 사업이 추진되면 임대주택 92세대를 포함해 총 643세대가 공급될 예정이다.
이번 심의는 단순히 주택 숫자를 늘리는 데 그치지 않는다.
구의동에서는 학교 주변의 단절된 도로를 연결하고 차량과 보행자를 분리한 통학로를 새로 만들며, 성북동에서는 자연경관지구의 특성을 유지하면서도 정비사업이 가능하도록 건폐율과 높이 기준을 일부 완화하는 방식이 적용됐다.

구의동, 기존 320세대서 591세대로…271세대 순증
광진구 구의동 587-58번지 일대 모아타운은 2만358.1㎡ 규모다.
이곳에서는 모아주택 2개 사업을 통해 기존 320세대에서 271세대가 늘어난 총 591세대가 공급될 예정이다.
이 가운데 임대주택은 92세대다.
단순 계산하면 기존 주택 수 대비 약 84.7% 증가하는 셈이다.
서울 도심의 소규모 정비사업에서 이 정도의 주택 순증은 적지 않은 변화다.
특히 대규모 정비구역으로 묶기 어려운 저층주거지를 여러 필지 단위로 정비하는 모아주택·모아타운의 취지를 고려하면, 실제 주택공급 효과를 보여주는 사례로 볼 수 있다.
대상지는 지하철 구의역과 강변역 사이에 위치한다.
노후·불량 건축물 비율은 **81.6%**에 달한다. 서울시는 주거안전과 생활환경 개선 필요성이 높은 지역으로 판단했다.
보도자료 5쪽의 위치도를 보면 대상지는 구남초등학교와 서울광진학교에 인접하고, 구의강변로와 아차산로, 강변북로 등 주요 도로망과도 가까운 입지다. 학교와 주거지가 밀접하게 맞닿아 있다는 점에서 이번 사업은 단순한 공동주택 정비보다 통학환경 개선 효과가 중요한 사업으로 보인다.
끊긴 도로 연결…학생들 ‘차량과 섞여 걷던 길’ 바뀐다
구의동 사업에서 TJ뉴스가 특히 주목하는 부분은 구남초등학교와 서울광진학교 주변 도로 개선이다.
현재 학교 서측의 구의강변로3가길은 도로가 중간에서 끊겨 있다.
이 때문에 학생과 주민들은 등하교와 이동 과정에서 먼 길로 우회하거나 차량과 보행자가 분리되지 않은 길을 이용해야 했다.
서울시는 이번 사업을 통해 이 단절된 도로를 구의강변로까지 연결하는 신설도로를 계획했다.
새 도로 양쪽에는 보행공간을 확보해 차량과 보행동선을 분리한다.
이 대목은 모아타운 사업의 효과가 단순히 ‘낡은 집을 새 집으로 바꾼다’는 데 머물지 않는다는 점을 보여준다.
정비사업이 학교 주변의 통학 안전까지 개선한다면 주택의 물리적 가치뿐 아니라 생활권 전체의 질을 높이는 효과로 이어질 수 있다.
단지 안팎 골목도 연결…저층부에는 생활시설 배치
구의동 모아타운은 단지 내부 동선과 주변 골목길의 연계도 강화한다.
서울시는 단지 안팎의 길이 기존 골목길과 자연스럽게 이어지도록 계획하고 저층부에는 공동이용시설과 근린생활시설을 배치한다.
주거단지를 주변 지역과 단절시키기보다는 기존 생활권과 연결된 형태로 조성하겠다는 구상이다.
여기에 모아주택 사업성 보정계수를 적용해 사업 추진 여건도 개선한다.
소규모 정비사업의 경우 대규모 재개발에 비해 사업지 면적이 작아 일반분양 물량과 사업성 확보에 한계가 있을 수 있는데, 서울시는 이를 보완해 구의역·강변역 일대 노후 저층주거지 정비가 원활하게 추진되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TJ뉴스 분석|구의동은 ‘591세대 공급’보다 생활권 연결이 핵심
구의동 사업의 가치를 단순히 591세대 공급으로만 보면 놓치는 부분이 있다.
이 지역은 학교와 기존 저층주거지가 가까이 붙어 있고, 학생과 주민의 일상 동선이 좁고 끊긴 도로에 영향을 받아왔다.
따라서 이번 모아타운 사업은 주택 공급과 통학 안전, 도로 연결, 생활시설 확충을 하나의 사업으로 해결하려는 정비모델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보도자료 6쪽의 정비 전·후 예시도를 보면 현재 저층 건축물이 밀집한 지역이 여러 동의 공동주택과 녹지·보행공간을 갖춘 단지 형태로 변화하는 모습이 제시돼 있다. 다만 서울시는 이 조감도가 예시안으로, 향후 구체적인 설계 과정에서 변경될 수 있다고 명시했다. 즉 현재 조감도를 실제 완공 모습으로 단정해서는 안 된다.


성북동은 전혀 다른 정비모델…자연경관지구에 52세대
성북구 성북동 300-5번지 일대는 구의동과 성격이 상당히 다르다.
이곳은 대규모 아파트 단지로 변신하는 사업이 아니라 자연경관과 구릉지형을 유지하면서 노후 주거지를 소규모로 정비하는 사업이다.
기존 주택은 38세대다. 사업이 완료되면 14세대가 증가한 총 52세대가 공급될 예정이다.
대상지는 약 48년이 경과한 노후·불량주거지다.
북악산 주변 자연경관지구이자 대사관저가 밀집한 지역이라는 특성을 고려해 지하 4층·지상 4층의 저층 공동주택으로 계획됐다.
자연경관지구 규제 일부 완화…건폐율 40→50%, 높이 16→20m
성북동 사업에서 가장 중요한 도시계획적 변화는 규제 완화다.
서울시는 사업추진 여건을 개선하기 위해 자연경관지구 내 건폐율 기준을 40%에서 50%로, 높이 기준은 4층 16m에서 20m로 완화했다.
그렇다고 고층 공동주택을 허용한 것은 아니다.
사업계획은 여전히 지상 4층 규모로 유지된다.
자연경관지구의 경관을 보호하면서도 기존 노후주거지를 현실적으로 정비할 수 있도록 건축 여건을 조금 완화한 셈이다.
보도자료 7쪽 사업개요를 보면 대지면적은 3,371.9㎡, 건축규모는 지하 4층·지상 4층, 연면적 9,711.02㎡다. 건폐율은 49.18%, 용적률은 125.03%이며 공동주택 52세대와 주민공동시설·부대복리시설이 들어선다.
북악산 주변에 고층 대신 ‘저층형 정비’
성북동 사업은 서울의 정비사업이 반드시 고층·고밀도 아파트만을 의미하지 않는다는 사례이기도 하다.
북악산 주변 자연경관지구와 대사관저 밀집지역이라는 장소적 특성을 고려해 주변 경관과 구릉지형에 맞는 저층 공동주택으로 계획했다.
서울시는 구릉지의 높낮이와 주변 경관을 고려해 건축물을 배치하면서 건폐율과 높이 기준을 일부 완화해 사업성을 확보한다는 방침이다.
즉 자연경관 보전과 주거환경 개선이라는 두 가지 목표 사이에서 절충점을 찾는 사업이라 볼 수 있다.
차와 사람이 함께 쓰던 도로…별도 보행로 만든다
성북동 역시 주택 공급만 추진하는 것은 아니다.
현재 대상지 주변에는 차량과 보행자가 같은 도로를 이용하는 구간이 있다.
서울시는 대지 안의 일부 공간을 활용해 별도의 보행로를 조성하고 주민이 보다 안전하게 이동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특히 구릉지에서는 보행 안전이 평지보다 중요한 문제다.
고령자나 어린이, 보행약자의 이동을 고려하면 주택 신축 못지않게 보행동선의 개선이 실제 생활 만족도를 좌우할 수 있다.
TJ뉴스 분석|왜 ‘모아주택·모아타운’이 필요한가
서울의 노후 저층주거지를 정비하는 방법은 재개발·재건축만 있는 것이 아니다.
대규모 재개발은 정비구역 지정부터 조합설립, 사업시행, 관리처분, 이주·철거와 착공까지 많은 절차를 거쳐야 하고 일정 규모 이상의 구역이 필요하다.
반면 노후주택이 밀집해 있어도 구역 전체를 대규모 재개발로 묶기 어려운 지역이 적지 않다.
모아주택과 모아타운은 이런 지역에서 여러 필지 또는 소규모 사업지를 묶어 주택을 정비하면서 도로·주차장·보행로 등 기반시설을 함께 개선하려는 방식이다.
이번 구의동과 성북동 사례가 흥미로운 이유는 같은 ‘소규모주택정비’ 제도를 활용하면서도 지역 특성에 따라 전혀 다른 결과를 만들어낸다는 점이다.
구의동에서는 591세대 규모의 비교적 큰 단지를 만들면서 통학로와 도로를 연결한다.
반면 성북동에서는 자연경관지구라는 특성을 유지하면서 52세대의 저층 주거단지를 조성한다.
즉 정비 방식이 지역의 도시구조와 경관 특성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공급량만 보면 구의동이 압도적…그러나 성북동도 의미 있다
이번 총 공급물량 643세대 가운데 591세대가 구의동, 52세대가 성북동이다.
따라서 전체 주택공급 효과만 보면 구의동 사업의 비중이 압도적으로 크다.
하지만 성북동 사업 역시 다른 의미가 있다.
자연경관지구나 구릉지처럼 고층·고밀 개발이 어려운 지역에서도 노후주거지를 방치하지 않고, 지역의 경관적 특성을 유지하면서 정비할 수 있다는 사례이기 때문이다.
서울의 모든 노후주거지를 같은 방식으로 개발하기 어려운 만큼 향후 정비정책에서도 ‘대규모 고밀개발’과 ‘지역 맞춤형 소규모 정비’가 병행될 가능성을 보여주는 사례라 할 수 있다.
‘643세대 공급 확정’ 표현은 신중해야
기사 작성에서 구분해야 할 부분도 있다.
이번 발표는 구의동 모아타운 관리계획안과 성북동 모아주택 사업시행계획안이 서울시 소규모주택정비 통합심의를 통과한 단계다.
특히 구의동은 모아타운 관리계획에 따라 향후 모아주택 2개 사업이 실제로 진행돼야 591세대 공급이 현실화된다.
따라서 기사에서는 “643세대가 당장 착공된다”거나 “입주가 확정됐다”고 표현하는 것보다는 **“사업 추진 시 총 643세대가 공급될 예정”**이라고 쓰는 것이 사실관계에 정확하다. 서울시 역시 같은 표현을 사용하고 있다.
성북동의 경우 서울시는 2030년까지 52세대 공급을 제시하고 있다.
노후주택 정비 넘어 ‘생활환경 개선’이 성패 가른다
서울시가 이번 보도자료에서 반복적으로 강조한 것도 단순한 주택 숫자가 아니다.
구의동에서는 학교 주변 통학로와 가로 활성화, 성북동에서는 별도 보행로 설치를 강조했다.
명노준 서울시 주택실장 역시 이번 심의를 통해 노후 저층주거지 정비가 추진되는 동시에 학교 주변 통학로와 지역 보행환경 등 주민들이 일상에서 체감할 수 있는 생활환경까지 개선되도록 후속 사업을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향후 서울의 정비사업이 단순히 세대수를 얼마나 늘렸느냐만으로 평가되기 어렵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주택을 새로 공급하면서 좁은 도로와 주차 문제, 통학 위험, 보행 불편, 생활편의시설 부족 같은 기존 지역의 문제까지 얼마나 해결하느냐가 실질적인 사업 성과가 될 수 있다.
TJ뉴스 분석|‘큰 재개발’과 ‘작은 정비’ 사이 서울 주택공급의 또 다른 축
서울의 주택공급 정책은 대규모 재개발·재건축 사업이 가장 큰 관심을 받는다.
수천 세대의 아파트가 한 번에 공급되고 지역의 스카이라인이 바뀌기 때문이다.
하지만 서울에 남아 있는 노후 저층주거지 가운데는 대규모 정비사업이 현실적으로 어려운 곳도 많다.
이번 구의동과 성북동 사업은 바로 그런 지역에서 ‘작지만 실제 가능한 정비’가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구의동에서는 기존 320세대가 591세대로 늘어나 271세대의 순증 효과가 발생하고, 학교 주변 도로와 통학로까지 개선한다.
성북동에서는 48년 된 노후주거지를 철거하고 자연경관지구의 특성을 유지한 52세대의 저층 공동주택으로 재편한다.
두 사업의 규모와 형태는 전혀 다르지만 공통점은 분명하다.
노후주택을 새 주택으로 바꾸면서 그동안 지역 주민이 불편을 겪었던 도로와 보행환경까지 동시에 손보겠다는 것이다.
결국 모아타운·모아주택 정책의 성패도 공급계획 숫자가 아니라 실제 사업의 속도와 주민 참여, 사업성, 기반시설 개선 효과가 얼마나 현실화되는지에 따라 평가될 전망이다.
특히 구의동은 구의역과 강변역 사이의 입지와 학교 주변 생활환경 개선이 맞물려 있고, 성북동은 북악산 자연경관을 유지하면서 정비사업을 추진해야 하는 만큼 서로 다른 형태의 서울형 소규모 주거정비 모델로 자리 잡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 이 기사는 서울시 주택실이 공개한 ‘광진 모아타운·성북 모아주택 소규모주택정비 통합심의’ 자료를 바탕으로 사업규모와 심의내용을 확인하고, TJ뉴스가 주택공급 효과·통학 및 보행환경·자연경관지구 정비·소규모주택정비 정책의 의미를 추가 분석해 독자적으로 재구성했습니다.
카카오톡 기사제보 바로가기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