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41년 마산으로 요양을 떠났던 한 여성 소설가가 있다.
그리고 80여 년 뒤, 같은 자리에 선 오늘의 한 사람이 있다.
두 사람은 만난 적이 없지만 같은 질문 앞에 서 있다. "포기할 것인가, 버틸 것인가."
창원의 콘텐츠 제작사 콘텐츠잇다가 제작하는 미드폼 드라마 「체향초, 잔향의 자리(體香草, 殘響의 자리)」가
2026 경남콘텐츠코리아랩 '로컬 스토리 미드폼 제작지원' 사업 선정작으로 확정돼 본격 제작에 들어갔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이 주최하고 경남문화예술진흥원(경남콘텐츠코리아랩)이 주관하는
이 사업은 경남의 역사·인물·설화 등 지역 고유 자원을 소재로 한 10~20분 안팎의 영상 콘텐츠 제작을 지원한다.
이번 공모에는 17개 작품이 접수돼 1차 서면심사와 2차 발표심사를 거쳤다.
작품은 1940년대 마산에 실존했던 여성 소설가 지하련(池河連)에서 출발한다.
경남 거창에서 태어나 마산을 고향으로 여긴 그는 1940년 12월 단편 「결별」이 평론가 백철의 추천으로
『문장』에 실리며 등단했고, 이듬해 마산 요양기의 체험을 담은 「체향초」(『문장』, 1941.3)를 발표했다.
「가을」, 「산길」, 광복 후의 「도정」, 「광나루」로 이어지는
그의 작품은 섬세한 필치로 젊은 남녀의 내면을 추적한 것으로 평가된다.
시인이자 평론가인 임화의 아내였던 그는 광복 후 임화와 함께 월북했고,
1953년 임화가 처형된 이후의 행적은 알려지지 않았다. 제목이 된 '체향초'는
그의 자전적 소설이자, 이 드라마가 되짚는 자리 그 자체다.
드라마는 10분 × 2부작 구성으로, 1941년의 지하련과
현재의 인물 '지연'을 한 배우가 1인 2역으로 연기한다.
지연은 편의점 야간 아르바이트를 하는 한때의 소설가 지망생이다.
위축돼 있지만 안에 불씨가 남은 인물로, 시대에 눌려도 원고를 놓지 않던 지하련과 대칭을 이룬다.
두 시대를 같은 앵글로 반복해 잡는 매칭 촬영, 회차가 달라도 동일한 기준 앵글로 재현되는 소품 연결 컷,
그리고 같은 배우가 두 인물로 한 화면에 등장하는 고정 2패스 합성 컷이 연출의 축이다.
각본과 연출은 김용현이 맡았다.
배경은 재개발로 사라져 가는 마산 원도심과 산호동 근대 주택이다.
마산 산호동에는 지하련이 어린 시절을 보낸 1936년 건립 근대 주택이 남아 있으며,
「체향초」의 무대이기도 하다.
촬영은 2026년 9월 중순부터 10월 초까지 약 3주간 마산·창원·진해 일대와 합천에서 총 9회차로 진행된다.
편의점 심야, 합평실, 헌책방 등 현대 파트와 다방·서재 등
1941년 파트를 블록으로 나눠 운용하며, 재개발 구역 상공 드론 촬영도 예정돼 있다.
제작사는 현재 배우와 촬영팀을 공개 모집 중이다.

배역은 주연 지연/지하련(1인 2역)을 비롯해 합평 강사 강민,
지하련의 방계 후손인 헌책방 주인, 편의점 동료 민준, 1941년 경성의 문인 이태준·김기림·박태원,
그 외 단역 등 총 15명이다. 주연은 마산·경남 출신 및 연고자를 우대하며,
조·단역도 경남·울산·부산 지역 배우를 우대한다. 촬영부·조명·동시녹음·그립 및 장비 일체를
담당할 촬영팀도 함께 모집하며, 평가 항목에 '지역 참여' 배점을 별도로 뒀다.
접수 마감은 8월 20일, 문의 및 지원은 이메일(contentitda@naver.com)로 받는다.
완성본은 2026년 11월 30일까지 납품 예정이며,
유튜브 공개와 함께 창원·마산·진해 지역 상영회, 영화제 출품, 방송 편성 협의를 병행한다.
콘텐츠잇다는 경남 창원시 마산회원구 회성시장1길 5에 자리하고 있다.
문학사의 그늘에 가려 있던 이름과,
곧 사라질 도시의 골목을 같은 프레임에 담으려는 시도다.
잔향은 소리가 그친 뒤에도 남는다

